
[심리치료의 중요한 요소, 공감]
치료 장면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공감'이다. 치료사의 공감적인 경청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이해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갖게 된다. 인간중심 혹은 인본주의 이론의 칼 로저스(1977)는 공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공감적이라는 것 또는 공감의 상태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내적인 기준 틀(frame of reference)을, 그리고 거기에 관련된 감정적인 요소와 의미를 마치 자신이 그 사람인 것처럼 정확하게 지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치 ~처럼(as if)’이라는 조건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상처나 즐거움을 그가 느끼는 것처럼 느끼고 그것의 이유들을 그가 지각하는 대로 지각하되, 마치 자신이 상처받거나 즐거운 것처럼 가정하고 있다는 인식을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
[진정한 공감]
진정한 공감은 조건이 없는 관계에서 비롯되며, 조건이 없는 수용에서 비롯되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반영에서 나타난다. 개인의 공감적 능력은 관심을 받았던 경험으로부터 나타난다. 관심은 무엇인가에 아주 밀접하게 마음을 두는 행위로, 정신적인 집중 혹은 주의나 관찰, 타인에 대한 돌봄 등을 의미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양육자로부터 관심을 받고, 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생님, 친구들의 관심을 받으며, 직장을 다니며 동료들의 관심을 받고, 죽기 전에도 누군가의 관심 속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일생동안 자신의 의견을 억압받거나 거부 당하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고, 다양한 사회적인 시선 안에서 온전하고 무조건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을 ‘관심의 상처'라 한다. 관심의 경험은 유아기 양육자로부터 관심을 받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양육자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관심의 상처]
관심의 상처는 조건적 관심, 충분하지 않은 관심, 계속적 관심의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조건적 관심이란, 개인의 모든 면을 존중하고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선택적이고 조건적으로 개인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예로 든다면, 부모는 자신이 자녀에게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면 많은 관심과 애정을 제공하고, 기대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게 된다면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주로 부모의 개인적인 만족인 아이의 학업성취를 위해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를 억압하고 조건적으로 관심을 두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관심과 애정이 조건화되어 주어지기 때문에 아이는 관심을 받기 위해 보여줘야 할 부분과 숨겨야 할 부분을 구분하고 오롯이 관심을 받기 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는 아이의 자존감을 저하시키고 정신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임수현(2017)의 ‘부모의 조건적 관심이 자기조절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관심이 철회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수치심, 불안, 화, 절망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게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부정 정서는 자기 조절학습 능력이 발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하였다.
충분하지 않은 관심은 방임 혹은 유기의 한 형태를 의미한다. 양육 관계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시간을 들여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을 두지 않으며 무시하거나 함께 있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는 자녀의 감정과 의견에 대해 무시하며 충분한 지원과 지지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 아이는 부모와의 유대감이 낮아 타인과의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낮은 자존감을 보이게 된다. 또한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여 자신 스스로가 중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 수 있다. 한편으로, 아동에 대한 방임을 범죄의 한 유형인 아동학대로 분류(김병수, 2023)하고 있는 만큼, 충분하지 않은 관심은 개인의 삶을 위협할 수도 있다.
계속적인 관심은 과도한 애정과 억압 및 통제를 의미한다. 이를 양육과 관련하여 설명한다면, 부모의 관심이 자녀의 행동에 대해 수용적이지 못하고, 수직적인 관계를 보이며 엄격한 규율과 순종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적인 관심 속에서 자란 아이는 수동적인 사고방식을 가지며,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쉽게 규칙에 순응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결국엔 자기감을 발달시키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모든 행동이 주목받는 것에 익숙해지며 자기애적인 인격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관심의 상처를 받게 된 개인은 온전히 수용되고 이해받는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하게 되어 타인을 신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수용적인 상호작용의 부재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으며, 자신의 상처에 집중한 나머지 타인을 바라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결국에는 자신의 감정을 공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과 태도 또한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을 상처를 받게 되더라도 노력을 통해 공감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심리상담 혹은 심리치료를 통해 긍정적인 대인 관계와 무조건적인 관심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공감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