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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인' 속 영재, 도널드 위니캇 관점의 해석, 느낀점

by ssudeli 2026. 2. 24.

 

영화 '거인(2014)' 포스터

 

영화의 줄거리는 생략합니다(일부 스포가 있으니, 영화를 보신 분들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거인' 속 영재]

  영재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중학생의 남동생이 있는 평범한 열일곱 살의 소년이다. 그에게 조금은 독특한 점이 있는데, 바로 집을 나와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어떻게 가족을 떠나 보육원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을까. 

 영재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건강한 팔과 다리를 갖고 있지만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4-5곳의 교회를 돌아다니며 아이들 장학금을 명목으로 돈을 받아 삶을 살아가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어머니는 공사장의 식당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경제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집을 나와 큰 이모네서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영재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중학생 동생인 민재까지 보육원에 보내고자 하며 점차 부모님과 영재의 갈등은 깊어져만 간다. 영화 속의 내용만으로는 영재가 언제부터 보육원에서 지내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점은, 영재와 민재는 오랜 시간 동안 부모로부터 충분한 보살핌을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위니캇 관점의 해석]

[영재와 Good Enough Mother]

  대상관계 이론가인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은 한 개인이 성장하기 위해 모성적 대상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정연득, 2017). 어머니는 유아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로서 기능해야 하는데(Mitchell & Black, 1995/2002), 이는 아이의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보살핌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 사정으로 인하여 아이들을 보살피지 않고 보육원에 보내려고 하는 부모, 이러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보육원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동생 민재를 보며 영재는 현실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보육원에서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며, 독립 후 생활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커져만 갔을 것이고, 결국 도둑질을 하게 되고 그 횟수는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영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부가 되고자 하며 어른들과도 갈등을 빚게 된다. 

 

  [영재와 안아주는 환경의 부재]

  영재는 신부가 되고 싶은 아이다. 다시 말하면, 신부가 되어야 하는 아이다. 어른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면 방랑한 생활을 하다가 감옥에 들어갈 것이라고 겁을 주기까지하며 자신은 보육원에서 지내야 하고, 결국엔 꼭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영재가 신부가 되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위니캇은 발달적 관점에서 생후 6개월부터 2세까지를 ‘상대적 의존시기’라고 정의하였다. 이 시기에는 아이가 엄마로부터 독립되어 있음을 알게되면서 자신은 의존적인 존재임을 알게 되고, 타인에게 적응하고 협조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Mitchell & Black, 1995/2002). 이러한 현실세계의 인식으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존재로 아이는 중간대상(transitional objects)을 만들어내게 된다(Hamilton, N. G., 1988/2007). 

  마가렛 말러(Margaret Mahler)는 이 시기를 유아가 점차 엄마와 자기를 분리시키는 ‘분리개별화’ 시기라고 하였다. 이 시기 유아는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욕구와 분리개별화 욕구가 상충되며 ‘엄마가 나를 버리진 않을까'라는 유기불안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두 이론가의 관점을 함께 본다면, 유아가 유기 불안을 경험할 때 엄마는 아이가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고, 필요하지 않을 때 물러나주는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를 제공하여 유아가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의식하지 못한 채 보호받는 물리적, 심리적 공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엄마의 충분한 보살핌은 유기불안을 감소시키고, 어머니는 유아에게 안전기지(a home base)로 남아, 유아는 탐험을 시도하기 전 ‘정서적 재충전(emotional refueling)’을 하기 위해 때때로 어머니에게 돌아가기도 하게 된다(Hamilton, N. G., 1988/2007). 

  영화 속에서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다수 등장한다. 성당에서 도둑질하여 보육원에서 쫒겨난 범태가 다시 보육원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영재는  ‘네가 사고 치는 바람에 나도 쫓겨날 판이야. 네가 나 책임책임질 거야?’라고 한다. 이후 성당의 신부님에게는 ‘저 책임질 사람도 없고. 도와주세요. 저 꼭 신부 되어야 해요’라고 하며 집에 돌아가게 되면 자신을 책임질 사람이 없는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여러 상황에서 호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재는 유아기의 상대적 의존 시기, 분리개별화 시기에 어머니와의 대상관계에서 결핍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유아기의 영재가 독립된 주체로서 현실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을 디딜 때, 경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는 영재의 옆에 존재하지 못하였고, 충분한 지지와 보살핌의 안아주는 환경(Holding environment)이 부재했을 것이다. 결국 돌아갈 안전기지가 없던 영재는 강력한 유기불안을 겪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아주기 환경의 부재는 청소년기까지 계속되었다. 

  상대적 의존 시기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 대상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Mitchell & Black, 1995/2002). 해당 시기에 결핍을 경험한 영재는 대상과의 적절한 소통 대신, 자신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아버지가 동생 민재를 보육원에 데리고 왔을 때 절대 안 된다며 칼을 들어 자신의 손목을 긋는 미성숙한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였다. 

  손목을 그으면서까지 동생을 보육원에 들이지 않고자 했던 영재의 행동은 동생이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게될까 걱정되어 한 행동이 아니었다. 바로 영재 자신의 유기불안 때문이었다. 민재를 보육원에 데려가달라는 엄마의 말에 영재는 ‘우리 둘 다 들어가면 엄마랑 아빠 갈라질 거잖아. 그럼 난 어디로 돌아가? 나는 누가 책임져?’라고 한다. 청소년기, 독립을 향해 준비를 하는 시기에도 여전히 영재는 자신이 버림받을 것에 대한 불안 안에 갇혀있었다. 이러한 지점에서 영재가 왜, 꼭 신부가 되어야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영재는 경제적 문제로 인해 버림받고, 나이 때문에 쫓겨나는 유기의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영재와 거짓자기]

  영재는 지나치게 신부가 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인다. 영재는 과외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며 자신이 신학교에 갈 수 있는 성적이라고 보육원 원장에게 말해달라고 한다. 이를 들은 과외 선생님은 영재에게 ‘선생님은 네가 네 말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가 정말로 말하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전한다. 이 점에서 영재가 신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심리내적 성취를 위한 선택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위니캇은 엄마가 자신의 역할에 계속해서 실패하면 아이는 자기 안의 진정한 욕망과 의미인 ‘참자기'를 분출할 수 없게 되며, 외부 세계를 조숙하게 파악하게 되고 순응하게 된다고 한다(Mitchell & Black, 1995/2002). 이렇게 순응하는 자기를 ‘거짓자기'라고 한다. 

  영재는 유아기 시절 충분히 좋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였고, 결국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수용받는 환경이 부재하여 ‘참자기'를 개발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보육원에서도 나이가 되어 쫓겨나야 하는 냉혹한 외부 세계에 순응해야만 했다. 결국 영재는 살아남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신부가 되겠다는 모습으로 거짓 자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거짓 자기는 불안을 경험한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이다(정연득, 2015). 영재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했던 것은 살려달라는 몸부림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거인'을 보며 느낀점]

  영화 ‘거인'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무관심과 방임 속,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던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영재를 바라보며, 내가 상담사가 되기로 다짐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빠, 이럴거면 내 앞으로 보험 들어놓고 손가락을 자르던, 우유에 독약을 타 먹이던 그렇게 해. 부탁이야 죽여줘’라고 하며 눈물을 흘리던 영재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아빠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영재는 그저 곁에서 함께 존재하는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대상의 부재는 영재를 불안의 늪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전에는 상담사로서 공부하며 ‘함께 존재하는 것', ‘버터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호하게 다가왔었다. 그러나 영재의 사례를 대상관계와 함께 비추어보며 이러한 상담사의 태도와 존재가 내담자에게 어떤 의미로 닿게 되는지를 느끼게 된다.

 

[참고문헌]

영화 ‘거인'. 감독 김태용. 

정연득(2015). 하나님 앞에서 머뭇거리며 놀기: 놀이의 목회신학. 신학사상, 168(0). 177-213.

정연득(2017). 추방된 타자의 회복을 위한 목회신학. 장신논단, 49(4). 251-281.

Mitchell,  S. A. & Black, M. J. (2000). 프로이트이후: 현대정신분석학(이재훈, 이해리 역).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Hamilton, N. G.(2007). 대상관계 이론과 실제: 자기와 타자(김진숙, 김창대, 이지연 역). 서울: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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